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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어릴 적 동네 친구

주인공 '이종수'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꿈을 뒷전으로 하고 배달 알바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어느 날 거래처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가게 앞에서 홍보 내레이터 모델로 일을 하고 있는 여성과 마주하게 됩니다. 알고 보니 이 여자는 '신해미'라는 이름을 가진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였습니다. 해미도 형편이 좋지 않아 다양한 일을 찾아서 살아가는 어려운 처지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해미는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부시맨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로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부시맨의 '굶주린 자'에 대한 문화 이야기를 하면서, 해미는 그레이트 헝거를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리틀 헝거(little hunger) : 물질적인 빈곤과 신체적으로 배가 고픈 사람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 : 삶에 의미 대해 굶주리는 사람, 인생의 참된 의미에 대한 갈망을 가진 사람

 

급작스럽게 가까워진 그녀의 부탁

해미는 본인이 아프리카에 가있는 동안 옥탑 자취방에 있는 반려묘 '보일'을 돌봐달라고 종수에게 부탁합니다. 그리곤 보일이를 보여주겠다며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하는데, 집에 가보니 고양이는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해미는 고양이가 자폐증이 있어서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숨어서 나오질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갑자기 두 사람은 서로 그윽하게 보더니 입맞춤을 하고 성관계를 가집니다. 이렇게 친구라기엔 과분하고, 연인이라기엔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애매모호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얼마 뒤에 해미가 아프리카로 떠나고, 종수는 약속대로 며칠마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러 자취방에 찾아갑니다. 그리곤 텅 빈 공간에서 그녀를 생각하며 자위하면서 한국에 돌아오길 기다립니다. 종수는 계속해서 고양이는 모습을 못 봤지만, 매번 비워져 있는 사료와 배설물을 보고는 고양이가 어딘가 숨어있겠거니 생각합니다.

 

한편 종수는 아버지의 재판 문제 때문에 파주에도 내려가 봐야 합니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공무원을 폭행해버리는 바람에 구속되었는데, 아버지의 자존심이 강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담당 변호사도 만나야 하고, 구속되어 있는 동안 고향의 빈집을 지키려고 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그녀가 돌아왔는데, 옆에 남자는 누구?

며칠이 지나고 해미에게 연락이 옵니다. 공항으로 마중 나와달라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갑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해미가 '벤'이라는 남성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겉모습을 보니 외모도 준수하고 경제력인 부분도 여유가 있어 보여서 무의식적으로 경계를 합니다. 더군다나 본인의 볼품없고 낡은 트럭에 벤이란 남자까지 태우고 오려니 종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 길로 3명은 곱창집에 식사하러 동행하는데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노을을 보며 느낀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이야기하며, 본인도 노을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다 해미가 만취해서 잠들어버리자 벤이 해미를 집에 데려가 주겠다고 하는데, 대기하고 있는 차량을 보니 값비싼 포르쉐였습니다. 종수는 해미가 가까운 사이라서 생각하면서도 벤에게 위축되어 그대로 쳐다보기만 합니다. 

 

며칠 뒤 종수는 해미를 만나기 위해 카페에 갔는데, 오늘도 벤과 함께 있었습니다. 종수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해미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리를 지켰고, 이후 벤이 파스타를 요리해주겠다며 본인의 고급 저택으로 해미와 종수를 데리고 갑니다. 종수는 벤이 이렇게 젊은 나이에 호화스럽게 살 수 있는지 감탄하면서 벤이 '한국의 개츠비' 같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면서 저런 개츠비 같은 사람이 왜 너를 만나는 거 같냐고 해미에게 묻자, 벤이 본인더러 '흥미 있다'라고 했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종수는 꺼림칙해하면서 화장실로 자리를 피합니다. 화장실을 구경하던 중에 수납장을 열어보니 여성용 장신구가 많이 있었습니다. 벤이 사는 집에 왜 여성용 장신구와 물품이 많은 건지 위화감을 느끼지만 따로 해미에게는 말하지 않습니다. 저녁에는 벤의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해미를 존중하지 말고 구경거리 혹은 장난거리로 삼는 벤의 친구들을 보고 종수는 마음이 불편해서 집으로 가버립니다.

 

한적한 시골집에서 나누는 비밀스러운 이야기

이후 종수는 파주집으로 내려가 송아지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해미에게 연락이 와서 벤과 함께 파주집으로 놀러 가겠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허름하고 누추한 종수 집에 벤과 해미가 포르쉐를 타고 도착합니다. 세 사람은 마당에서 샌드위치와 와인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면서, '어릴 적 우물에 빠졌었는데 종수가 구해줬다'며 해미가 말합니다. 그러나 종수는 그런 기억이 없어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고, 이런 모습에 해미는 서운하다고 표현합니다. 오랜 시간 와인을 먹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셋은 대마를 피우며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대마에 취한 해미는 윗옷을 벗고 아프리카 부족처럼 춤을 추는데 낯선 남자와 이 모습을 지켜보자니 종수는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리곤 지친 해미가 누워서 자는 사이에 벤과 종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눕니다. 벤은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낡고 오래된 비닐하우스에 석유 기름을 붓고 성냥불을 붙여서 방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파주에 내려온 것도 사전답사를 위해서 온 것이라며 얘기하자, 뭔가 위협감과 불편함을 느낀 종수가 본인이 해미를 사랑하고 있다며 흥분해서 공격적으로 표현합니다. 큰 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깬 해미가 이 모습을 보고 벤과 떠나려고 하자, 종수는 남자 앞에서 옷 벗고 춤추는 행동은 창녀가 하는 짓이라며 상처를 줍니다. 그대로 해미는 벤과 떠나는데 이것이 종수가 해미를 본 마지막 모습입니다.

 

실종된 그녀의 행방은 도대체 어디에?

그 뒤로는 해미에게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해미 집에도 찾아가 보지만 도어록 비밀번호도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고민하다가 '고양이 밥을 줘야 한다'는 빌미로 집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집에 들어가 보니 고양이는 물론 사료와 배설물로 보이지 않습니다. 해미의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 봐도 전부 모른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해미가 사라졌다'는 걱정과 더불어 '벤이 우리 동네 비닐하우스를 방화하러 오지는 않을까'라는 불안함에 매일 같이 마을을 뛰어다니며 비닐하우스가 안전한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해미의 행방을 모르겠고, 벤이 언젠가는 불태우겠다던 비닐하우스는 멀쩡하자 너무나 혼란스러워합니다. 결국 답답함에 벤을 찾아가서 비닐하우스에 대해서 물어보자 벤은 '이미 태웠다'라고 합니다. 분명 동네 비닐하우스는 멀쩡한데 무슨 소리냐고 묻자 벤은 '너무 가까이 있으면 모를 수도 있다'며 웃어버립니다. 그리고 해미의 행방은 벤 본인도 모른다고 합니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명확

종수는 의심스러운 벤을 미행하며 따라다닙니다. 그리곤 미행하는 것을 들키자 '해미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다'라고 벤에게 말합니다. 벤은 웃으면서 자신에 집에서 진행하는 포틀럭 파티에 와서 소통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파티에 가보니 벤의 집에 예전에는 없었던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또 저번에 열어봤던 화장실 수납장을 다시 확인해보니 해미가 착용했던 제품의 핑크색 손목시계가 놓여 있었습니다. 왜 해미의 시계가 여기에 있는 것인지 깜짝 놀라서 당황스러워하는데, 그때 고양이가 현관문 밖에로 탈출해버리고 맙니다. 탈출한 고양이를 찾기 위해 벤과 친구 그리고 종수가 다 함께 주차장에서 '야옹아' 외칩니다. 그러다 종수가 구석에 겁에 질려있는 고양이를 발견합니다. 종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일아'라고 부르자 고양이가 바로 와서 안깁니다. 이에 종수는 해미가 사라진 게 벤과 무조건 관련이 있다고 확신을 합니다. 이후 종수는 벤에게 연락을 해서 시골 한적한 비닐하우스 근처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그리고는 벤을 칼로 찔러서 죽이고 자동차와 벤, 그리고 본인의 옷을 전부 벗어서 함께 불태워버립니다.

 

여러 가지 생각과 추측을 하게 하는 열린 결말과 다양한 해석

1. '해미'가 평소 사람들을 속이고 거짓말을 일삼는다고 표현하던 해미의 친언니와 어머니에 증언에 따라, 해미가 허언증을 가진 사람처럼 이야기를 꾸며내면서 종수를 속였고, 반복적으로 현실을 도피하며 잠적했다,

2. '해미'는 나이에 맞지 않게 순수하고 백지 같은 사람으로 그레이트 헝거(삶의 의미에 대한 갈망)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종수가 본인을 창녀라고 표현하자, 삶을 등지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3. '벤'이 해미를 납치해서 장기매매로 수익을 취득했다. 화장실 수납장에 있는 다양한 여성용 장신구가 그동안 장기매매의 피해자이며, 벤은 어린 나이부터 나쁜 범죄활동으로 큰 부를 이루었다.

4. '종수'는 소설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 대마를 피운 순간부터 뒷이야기는 모두 종수의 상상을 그린 스토리이다. 해미를 향한 사랑과 소유하려는 욕망, 그리고 벤에 대한 질투심을 반영한 소설을 만든 것이다.

5. 순수한 해미와 가난한 삶에 허덕이는 종수는 현대사회의 청춘을 표현하고 있다. 신분이 고착화된 현실에 아무리 발버둥 쳐도 탈출구가 없고 벤과 같은 부유층의 계획 아래 움직이는 존재이다. 벤의 대한 죽음은 젊은 세대의 분노와 비명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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