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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독점 계약 3부작 중에 첫 번째 작품

'표류단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과 스튜디오 콜로디오 제작사(유명 작품:펭귄 하이웨이,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의 합작 작품입니다. 2022년 8월 16일에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오랜 기간 동안 인기순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눈여겨본 영화입니다. 평소에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 작품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에는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이유 때문인지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작품성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전개보다는 지루하고 반복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갑자기 느닷없이 아파트가 바다에 떠다니는 상황이 인과관계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체나 표현방식은 아무나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지만, 대부분의 관객평을 확인했을 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스토리이며, 단순하게 별생각 없이 보기 좋은 작품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바다를 떠다니는 아이들의 생존기

주민들이 모두 떠나버린 오래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핵심 인물 주인공은 나츠메(여자), 코스케(남자)로 어린 시절부터 한 가정에서 성장한 가족 같은 친구입니다. 나츠메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되어 이웃인 코스케 집 아파트 가정에서 돌봄을 받으며 함께 성장하였습니다. 지금은 입주민들이 전부 이사 가고 철거만을 기다리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과거에 코스케의 할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성장한 이 둘은 낡은 아파트에 대한 행복한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파트의 외관은 부식되고 허름하고, 간혹 유령을 떠돌아다닌다는 소문을 가져 유령아파트로 불립니다. 아파트 철거 계획 중이라 위험하기 때문에 외부인 출입도 금지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코스케와 친구들은 학교 숙제로 유령을 조사하겠다며 아파트에 몰래 들어갑니다.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던 도중에 코스케 할아버지 방의 벽장에 잠들어있는 나츠메를 발견하게 됩니다. 코스케와 나츠메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붙어 다니는 남매 같은 사이였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서로 오해가 생겼고, 아파트에서 이사 간 뒤로는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계속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많은데, 아파트 옥상에서 할아버지의 카메라를 서로 빼앗으려다가 나츠메가 옥상에서 떨어집니다. 그 순간 놋포(아파트의 유령 혹은 수호신)의 도움으로 하늘에서 엄청난 비가 내리고, 나츠메는 안전하게 물에 빠져 살아남습니다. 그 후에 아파트는 망망대해에 홀로 떠다니게 됩니다.

 

바다에 떠다니면서 아파트 옆으로 지나가는 수영장, 놀이동산, 백화점 건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실제로 이 건물들은 이미 3~6년 전 과거에 철거되어 없어진 건물입니다. 표류된 아이들은 저마다 추억이 담긴 공간들이 바다 위에 떠돌아다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아이들은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배도 고프고 넘어지면 다쳐서 피도 나는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며 빨리 현실세계로 돌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돌아가는 방법은 놋포(아파트의 행복한 기억 혹은 과거에 얽매여있는 자신)를 놓아주는 것입니다. 놋포와 아이들은 과거에 대한 추억과 만남을 포기하기 어려워하지만 결국 놓아주고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회자정리_會者定離)

우리들은 살아가는 매 순간의 사건, 과정, 공간에 대한 기억을 자연스럽게 쌓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행복하고 소중했던 순간의 기억에 대해서 즐겁게 회상하며 소통하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진 경우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과거의 시간에만 머물러있거나 갇혀서, 현재를 온전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맹목적으로 과거에 얽매여있는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소중한 기억과 건강하게 이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는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다'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인간이란 유한한 동물로 영원히 죽지 않으며 살아갈 수 없기에 반드시 이별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래의 세상의 본질이 그런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로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순리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아픈 과거나 낡은 추억을 보내줄 때야 비로소 지금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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